AI 모델 사용량 순위 1위부터 5위까지가 전부 중국 모델이 됐습니다.

미국 인터넷매체 액시오스가 7월 18일 전한 내용입니다. 모델 중개 플랫폼 오픈라우터의 주간 토큰 사용량 기준이고, 다섯 개 모두 내려받아 고쳐 쓸 수 있는 오픈웨이트 모델이었습니다.

성능 1위는 중국 모델이 아니었습니다. 시장이 고른 것은 가장 똑똑한 모델이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성능은 4위, 전망은 2년 뒤 절반

같은 시기 문샷AI 가 내놓은 키미 K3 는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점수에서 57점으로 4위였습니다. 클로드 페이블5 가 60점, GPT-5.6 솔 맥스가 59점, 솔 엑스하이가 58점으로 위에 있었습니다.

그러면 왜 다들 썼을까요? 값입니다. 키미 K3 의 API 요금은 출력 100만 토큰당 100위안, 우리 돈으로 약 219원이었습니다.

키미 K3 소개 글에 실린 비용 대비 점수 그래프 두 장. 왼쪽은 키미 코드 벤치, 오른쪽은 브라우즈콤프에서 모델별 과제당 비용(가로)과 점수(세로)를 보여 준다
문샷AI 가 키미 K3 소개 글에서 자체 평가로 공개한 비용 대비 점수. 왼쪽 코딩 평가에서 K3 는 클로드 페이블5 보다 점수는 낮지만 과제당 비용도 낮게 표시돼 있다 · 사진: 화면 캡처: Moonshot AI 공식 블로그(2026년 10월 11일)

API 관리 회사 콩의 아우구스토 마리에티 CEO 는 최상위 모델이 지나치게 비싸 최근 석 달간 오픈웨이트 모델 사용이 급증했다고 말했습니다.

모질라의 라피 크리코리안 CTO 는 최상위 AI 를 일상 업무에 쓰는 것을 “장보러 가면서 페라리를 모는 격”이라고 표현하며, 일상 업무 비용을 최대 50분의 1까지 낮출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액시오스가 인용한 한 투자자는 앞으로 개방형 모델이 기업 AI 업무 요청의 95%를 처리하고 나머지 5%만 최상위 모델이 맡게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대형언어모델이 규모와 성능, 가격 면에서 미국 선도 기업을 따라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8월 9일 보도된 '2026 중국 주요 AI 트렌드' 보고서에서 한발 더 나갔습니다. 글로벌 기업의 중국 AI 모델 채택률이 지난해 5%에서 2027년 50%로 뛴다는 전망입니다.

미·중 AI 기술 격차가 과거 6~9개월에서 최근 2~3개월 수준까지 좁혀졌다는 전문가 분석도 함께 전해졌습니다.

만든 사람들과 몰린 돈

그러면 이 모델들을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요? 홍콩 매체 성도일보가 7월 23일 중국 대형언어모델 창업자 네 명을 조명했습니다.

딥시크의 량원펑은 41세로 지분 84.29%를 쥐고 있고 의결권은 100%에 가깝습니다. 문샷AI 의 양즈린은 34세로 지분 51.83%, 개인자산은 약 163억 달러로 추정됩니다.

즈푸의 탕제는 49세로 넷 중 유일한 학계 출신이며, 미니맥스의 옌쥔제는 37세에 지분 21.6%입니다.

확정된 수치가 아니라 평가액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다만 지분율은 눈에 띕니다. 외부 자본과 빅테크가 미는 미국 AI 기업과는 지배구조가 다릅니다.

넷 다 2015년에서 2023년 사이에 시작했습니다. 10년 안에 지금 자리까지 왔다는 뜻입니다.

돈도 따라 움직였습니다. 블룸버그는 7월 29일 문샷AI 가 35억 달러, 약 5조원을 유치했다고 전했습니다. 투자 후 기업가치는 350억 달러입니다.

애초 목표는 10억~20억 달러였습니다. 두 배 가까이 넘겨 받은 것입니다. 2024년 2월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25억 달러였습니다.

매출도 함께 뛰었습니다. 연간 반복 매출이 3월 1억 달러에서 4월 2억 달러, 6월 3억 달러가 됐습니다. 석 달 만에 세 배입니다.

다음 라운드는 500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연내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합니다. 이번 라운드에는 중국 국가 AI 산업 투자기금이 주요 투자자로 들어갔습니다. 민간 투자만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키미 K3 는 약 2조 8천억 개의 매개변수를 갖춘 오픈웨이트 모델입니다. 문샷AI 소개 글은 이를 지난 1년간 공개된 오픈 모델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그려 놓았습니다.

2025년 7월부터 2026년 7월까지 오픈 모델 회사별 주력 모델의 총 매개변수를 보여 주는 계단형 그래프. 키미 K3 가 2.8조로 가장 높다
문샷AI 가 소개 글에 실은 '오픈 프런티어 모델 크기' 그래프. 키미 K3 의 2.8조가 딥시크 1.6조, 샤오미 1.02조보다 위에 있다 · 사진: 화면 캡처: Moonshot AI 공식 블로그(2026년 10월 11일)

배경을 함께 놓으면 묘합니다. 미국은 첨단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고성능 칩을 구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만든 모델에 돈이 몰린 것입니다.

가트너 보고서는 딥시크와 즈푸가 올해부터 화웨이 AI 칩 '어센드' 위에서 네이티브로 구동되는 체계를 갖췄다고 전했습니다.

가트너는 2030년까지 중국 기업의 프라이빗 AI 인프라에서 자국산 AI 가속기 비중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 안에서 갈린 전선

미국 정부는 안보를 이유로 중국 개방형 모델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대가 나왔는데, 나온 곳이 미국 기업이었습니다.

7월 24일 미국 기업 20여 곳이 공개서한에 서명했습니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팔란티어, IBM, 델, 그리고 벤처투자사 앤드리슨 호로비츠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논리는 세 갈래였습니다. 개방형 모델이 있어야 스타트업과 대학, 공공기관이 큰 비용 없이 모델을 만들 수 있고, 가중치가 공개돼야 연구자와 개발자가 동작을 뜯어보고 취약점을 찾을 수 있으며, 불법 증류와 정당한 기술 개발은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는 서한을 공유하며 세상에는 최첨단 폐쇄형 모델과 최첨단 개방형 모델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빠진 곳도 눈에 띕니다. 오픈AI 와 앤트로픽, 구글은 서한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모델을 공개하지 않는 폐쇄형 진영이고, 그동안 미국 정부에 중국 오픈 모델의 위험을 경고해온 쪽입니다.

개방 쪽에는 미국 안에서 새 사례가 나왔습니다. 메타는 현지시간 8월 10일 개인용 컴퓨터에서 돌아가는 경량 오픈웨이트 모델 '뮤즈 글리머'를 공개했습니다.

저커버그는 같은 날 메타 공식 블로그에 에세이를 올려, 소수 전문가 집단이 초지능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메타 뉴스룸 에세이 'The Future is for Everyone' 본문 한 문단. 소수 전문가가 초지능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We disagree'라고 적혀 있다
저커버그 에세이 가운데 소수 통제론을 반박한 문단(2026년 8월 10일 게시) · 사진: 화면 캡처: Meta 공식뉴스룸(2026년 10월 11일)

중국산 저가 오픈웨이트 모델을 제재하려는 미국 정부 움직임에 대해서는 “해외 오픈소스 모델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대신, 우리 목표는 미국 오픈소스 모델이 글로벌 최고가 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설명도 같이 붙었습니다. 메타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데이터센터 건설 등 비용 증가로 잉여현금흐름이 91% 감소했다고 밝혔고, 그 뒤 주가가 8% 넘게 빠졌습니다.

같은 날 오픈AI의 선택은 반대였습니다. 사이버 보안에 특화된 폐쇄형 모델 'GPT-5.6 사이버'를 내놨고, 승인된 업무를 수행하는 검증된 개인이나 기업만 쓸 수 있습니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는 개방형 가중치에 대해 “개방형 가중치는 이러한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단순히 컴퓨팅 능력과 칩이 가장 많은 쪽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다소 완화할 뿐이므로 충분한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습니다.

정부 쪽은 강경했습니다.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문샷AI 가 증류 방식으로 미국 모델을 복제했다고 비판했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함께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증류는 큰 모델의 출력을 받아 작은 모델을 학습시키는 방식입니다. 어디까지가 정당한 학습이고 어디부터가 무단 복제인지가 이 논쟁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값싼 선택지가 걸려 있다

전선은 미국 대 중국이 아니라 미국 안에서 갈렸습니다. 칩과 인프라를 파는 쪽은 개방을, 모델을 파는 쪽은 규제를 말합니다. 각자 서 있는 자리에서 나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 규제는 실제로 들어갈까요? 아직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 정부는 검토 중이고 업계는 반대 중입니다.

규제가 들어가면 값싼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국내 서비스 가운데도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을 뒷단에 쓰는 곳이 늘고 있어, 미국이 자국 기업의 사용을 막으면 그 흐름에도 영향이 옵니다.

닫는 움직임은 중국 쪽에서도 전해졌습니다. 중국 상무부가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 즈푸 등 주요 AI 기업들과 학습용 핵심 데이터의 해외 이전을 제한하고 외국 이용자의 모델 가중치 다운로드를 막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확정된 정책이 아니라 협의 단계로 전해진 내용입니다. 지금 공짜로 내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 계속 그러리라는 보장은 아닙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확보를 넘어 AI 생태계 전반에 대한 주권적 통제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사용량 1위부터 5위, 지분을 쥔 30~40대 창업자, 그리고 목표의 두 배가 몰린 투자. 열흘 사이에 나란히 놓인 세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