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회사들이 헌책을 대량으로 사서 스캔한 뒤 원본을 파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같은 7월, 유튜브는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AI로 찍어낸 영상에서 광고 수익을 빼기로 했습니다.
두 소식은 방향이 다르지만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AI가 만든 것과 사람이 만든 것 사이의 값을 누가, 어떻게 매기느냐는 것입니다.
사서 스캔하고, 원본은 파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가 7월 30일 보도한 내용을 조선일보가 전했습니다. 네덜란드·스페인·독일의 고서 판매상 수백 명이 올해 AI 업체들로부터 3,000종이 넘는 책을 한꺼번에 사겠다는 요청을 받았고, 매입된 책 상당수가 스캔 뒤 파쇄됐다는 것입니다. 그중에는 전 세계에 다섯 권밖에 남지 않은 희귀본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파쇄까지 하는 이유로 보도는 법적 해석을 들었습니다. 디지털로 옮긴 뒤 원본을 없애면 무단 복제가 아니라 '형식 변환'으로 볼 여지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확정된 판례가 아니라 그런 해석이 있다는 보도입니다.
실제 사례도 있습니다. 앤트로픽은 작가들이 낸 집단소송에서 15억 달러(약 2조2,000억 원)를 내기로 합의했고, 그 과정에서 클로드 학습용으로 종이책 수백만 권을 사들여 스캔한 뒤 파기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미 연방 판사는 7월 이 합의를 승인했습니다.
NPR에 따르면 소송에 걸린 작가는 30만 명이 넘고, 권당 받는 돈은 약 3,100달러입니다. 원고 중 한 명인 찰스 그레이버는 이번 합의를 완전한 승리라 부르기를 망설였습니다. 법원은 회사가 책값을 치르는 한 그 책으로 AI를 학습시키는 것 자체는 불법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앤트로픽 측은 "책으로 AI를 학습시키는 것은 공정 이용"이라는 입장을 냈습니다.
유튜브는 'AI 복붙 영상'의 돈줄을 끊었다

유튜브는 7월 16일부터 '비진정성 콘텐츠' 정책을 개정해 적용했습니다. 신뢰·안전 총괄 매트 핼프린이 크리에이터 인사이더 영상으로 알렸다고 테크크런치는 전했습니다. 국내 보도는 열흘 뒤인 26일에 나왔습니다.
광고 수익에서 빠지는 영상은 세 가지입니다. AI·CGI·템플릿으로 내용 차이가 거의 없는 영상을 찍어내는 기계적 대량 복제, 조회수만 노리고 연출한 자극 콘텐츠, 실존 인물을 본뜬 AI 아바타의 금융·의료·법률 조언입니다. 영상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돈줄을 끊는 조치이고, 세 번째는 채널이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에서 아예 빠진다고 한국경제는 전했습니다.
AI를 썼느냐가 아니라 사람이 들어갔느냐

유튜브는 AI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수익을 막지는 않습니다. 핼프린은 AI가 창작을 돕는 도구가 될 수는 있지만, 사람의 기획과 창의성이 빠진 채 자동으로 쏟아내는 채널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직접 해설을 붙이고 편집하고 구성을 짰다면 괜찮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다만 '기계적 복제'와 '사람의 기획'을 실제로 어떻게 가를지 판정 방식은 발표에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책 쪽은 반대 방향의 질문이 남습니다. 스캔본은 회사 안에 남고 원본은 사라지는 구조라면, 그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쪽이 한 곳으로 좁아집니다. 학자들이 연구해야 할 희귀본을 구하지 못하게 될 거라는 우려가 나온 이유입니다. 영상에서는 사람이 들어갔느냐가 값을 가르고, 책에서는 사람이 쓴 원본이 학습 재료가 된 뒤 사라지고 있습니다.
출처 · 조선일보 — 희귀서적 디지털화한 후 원본 없애는 AI기업들 · 뉴시스 — 'AI 복붙 영상' 더 이상 안 팔린다…유튜브, 광고 수익 차단 · 한국경제 — 딸깍 몇 번에 돈 쓸어담는 'AI 슬롭'…유튜브, 수익 창출 빗장 걸었다 · TechCrunch — YouTube clarifies policies around AI slop and upsetting videos · NPR — Authors have mixed feelings about the $1.5B Anthropic copyright infringement rul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