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한국 AI 판에서는 열흘 남짓한 사이에 굵직한 발표가 네 번 나왔습니다. 정부는 국산 AI로 국민용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했고, 삼성은 업무용 AI로 구글을 골랐고, 네이버는 블로거에게 월 1,000만 원을 주기로 했고, 한미는 1,375조 원 규모의 반도체 협력을 꺼냈습니다.

하나씩 보면 별개의 뉴스지만, 모아 놓으면 같은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한국은 AI를 만드는 쪽에 설 것인가, 쓰는 쪽에 머물 것인가입니다.

정부 AI는 '너 이거 받을 수 있어'를 먼저 알려준다

중국 문샷AI의 KIMI 대형 간판 아래 부스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사진
중국 문샷AI 키미 부스(에너지경제신문 기사 사진) · 사진: 에너지경제신문(2026년 7월 21일)

한국경제는 7월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산 AI 모델을 쓴 서비스를 연말에 내놓는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시 계획은 민간 기업 2~3곳을 골라 9월 베타, 12월 말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8월 28일 SK텔레콤·카카오·KT 세 컨소시엄이 선정됐습니다.

서비스는 두 갈래입니다. 챗GPT·제미나이처럼 쓰는 범용 챗봇, 그리고 이용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를 먼저 알려 주고 자격 확인과 신청까지 돕는 공공 AI 에이전트입니다. 필수 기능은 무료, 고도화 기능은 유료입니다.

정부는 엔비디아 B200급 GPU 512개를 선정 기업에 나눠 줍니다. 당시 계획은 두 곳이면 256개씩, 세 곳이면 256·128·128개였고, 선정 결과 발표에서는 세 컨소시엄에 올해 총 512장을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배경에는 중국 문샷AI '키미 K3'의 충격이 있었습니다. 배경훈 부총리는 프런티어 AI 모델을 확보하지 못하면 언젠가 미·중 AI에 종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삼성은 업무용 AI로 구글을 골랐다

구글 클라우드 행사 무대. 뒤 화면에 Google Cloud is the only provider to offer first-party solutions across the entire AI stack 문구와 에이전트·모델·하이퍼컴퓨터 층이 그려져 있고 앞에 패널 세 명이 앉아 있다
구글 AI 포 비즈니스 2026 행사 무대(서울신문 기사 사진) · 사진: 서울신문(2026년 7월 14일)

구글은 7월 14일 서울신라호텔에서 '구글 AI 포 비즈니스 2026'을 열고, 삼성전자와 CJ올리브영이 기업용 AI 플랫폼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를 도입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삼성은 "성능과 보안, 가치와 투자수익률을 모두 따졌고 임직원들도 제품을 직접 사용하며 평가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업은 성능만 보지 않습니다. 데이터가 어디로 가는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같이 걸립니다.

반전도 있습니다.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에서는 구글 모델만 쓰는 게 아니라 앤트로픽 클로드를 포함해 200여 개 모델을 골라 쓸 수 있습니다. 구글은 반도체부터 모델, 플랫폼까지 갖춘 '풀스택'을 앞세웠습니다. 회사 안에서 쓰는 AI가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신호입니다.

네이버는 사람이 쓴 글에 월 1,000만 원을 건다

노란 바탕에 2026 네이버 카페 프로모션 티키타카페 글자와 하이파이브하는 두 캐릭터, 우수 카페 지원금도 문구가 있는 그림
네이버 카페 프로모션 이미지(서울경제 기사) · 사진: 서울경제(2026년 7월 17일)

네이버는 7월 17일 '스페셜 네이버 메이트' 110명을 공개했습니다. 여행·푸드·테크 등 10개 분야마다 대표 창작자 1명과 우수 창작자 10명을 뽑아, 대표 창작자에게 월 1,000만 원, 우수 창작자에게 월 300만 원의 지원금을 추가로 줍니다.

이유는 AI 검색입니다. 스페셜 메이트 콘텐츠는 올해 1월부터 네이버 'AI 브리핑'에 6억6,000만 회 인용됐습니다. 챗GPT·제미나이와 모델 성능으로 정면 승부하기 어려운 네이버가 꺼낸 카드가 한국어로, 한국 사람이 직접 겪고 쓴 글입니다.

네이버가 밝힌 '가치 있는 콘텐츠'의 기준은 다섯 가지입니다. 직접 경험한 지식, 일관된 주제 전문성, 거짓 없는 진정성, 읽기 쉬운 구조, 최신성 유지. AI 검색을 하겠다면서 정작 사람 손이 가야 나오는 글에 돈을 거는 셈입니다.

1,375조 원, 메모리를 파는 나라에서 AI를 돌리는 나라로

샌프란시스코 AI 서밋 무대. 뒤 화면에 San Francisco AI SUMMIT 글자가 있고 참석자 여러 명이 일렬로 앉아 있다
샌프란시스코 AI 서밋 무대(SBS 기사 사진) · 사진: SBS(2026년 7월 25일)

현지시간 7월 24일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내 기업과 글로벌 빅테크의 반도체 협력 규모가 앞으로 5년간 9,500억 달러, 약 1,375조 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과 5년간 2,000억 달러 규모 첨단 메모리 공급, SK는 5년간 7,500억 달러 규모 첨단 메모리 장기 공급입니다.

국내에 AI를 돌릴 시설도 함께 나왔습니다. 약 5기가와트, GPU 약 200만 장 규모입니다. SKT는 엔비디아와 최대 2GW 데이터센터, 앤트로픽과 GW급 데이터센터 협력을, 네이버는 엔비디아·브룩필드와 100억 달러 규모 AI 팩토리를 추진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민 1인당 최소 하나씩 AI 에이전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발표된 숫자는 '추진'이고, 서명이 곧 매출은 아닙니다. 그래도 네 발표를 겹쳐 보면 방향은 보입니다. 정부는 국산 서비스를, 기업은 고를 수 있는 AI를, 네이버는 사람이 쓴 글을, 한미는 돌릴 시설을 말했습니다. 그 그림이 얼마나 지켜지는지는 연말 출시와 5년짜리 계획의 실제 진행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